2.행원

전주는 옛 부터 예술인들이 많이 모이고, 예술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예향도시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전주는 후백제의 견훤이 세운 수도이자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 있는 지역이며 조선 5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이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제주의 행정과 군사를 관장하였고, 전주부성 내에는 조선 후기까지 전라도 전통음악의 자존심을 지킨 ‘교방청’과 ‘장악청’이 있어 악공과 기생 등 전문음악인들이 주거하면서 활동을 보장했던 곳으로 전주가 지역 전통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지켜왔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더불어 현재가지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행원이다.  일제의 강점이 시작되면서 한국 전통문화는 말살 계획이 진행되었고, 전주부성의 장약청도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예향전주 풍류와 전통음악의 정체성을 지킨 인물이 권번기생 출신의 화가이자 전주 마지막 기생인 남전 허산옥이다. 
허산옥은 풍남문 안의 요리집을 인수하여 행원이라는 간판을 달게 되는데 원래 이 곳은 1928년 ‘식도원(食道院)’이라는 조선요리전문점으로 시작하여, 1938년 ‘낙원(樂園)’이라는 이름으로 바꿔달으며 기생 요릿집의 의미를 담은 요정으로서 운영되게 된다. 

풍남문 안쪽으로 돌아 전라감영을 향해 이십여 발자국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골목 안 큰 대문의 ‘행원(杏園)’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 곳은 전주 예향 예술인들의 쉼터이자, 아지트이며, 전주 예향 스토리 생산기지이다. 행원 앞마당에는 전통적인 한국 건물 양식에서 볼 수 있는 정원과는 달리 ‘ㄷ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갖춘 일본식 한옥으로 설계되어 독특한 일본식 한옥 구조로 건축되었다. 한국과 일본 건축양식의 조화로움과 동시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이 정원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현대 모더니즘을 엿 볼 수 있다. 행원은 지방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지역의 유지들의 연회 장소로 활용되는 등 한때 밀실 정치의 상징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전주를 대표하는 요정으로 명성을 이어온 행원은 1983년 판소리 명인이며 전북도 무형문화재인 성준숙 명창이 주인이 되면서  2000년대 중반 복합문화공간인 전통 한옥카페로 탈바꿈했다.

행원에 들어서면 `소리가 있는 한옥카페 행원, SINCE 1928’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문구는 전주부성의 ‘장악청의 역사와 남전 허산옥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행원은 기생과 요정 그리고 권번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 버릴 수는 없지만 이곳은 전통음악을 전수해 이어오던 곳으로 문화예술의 산실 역할이라는 공을 받아 ‘전주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젊은 층과 옛것을 기억하는 중년층이 많이 찾는 전주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로 떠올랐다. 
행원은 일본과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당시 내로라하는 당대의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복돋게한 전주의 풍류 명소로 시대를 기억하며 전통차를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행원 안에 정원과 연못은 남전 허산옥 평생 정성을 다하여 가꾸고 다듬은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행원은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서 선정한‘시간여행카페’다. 시간여행카페는 관광객들이 지역을 방문 할 경우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이벤트를 접할 수 있는 관광 플랫폼 공간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옛 추억을 느끼면 맛 볼 수 있는 쌍화차로 16시간을 감미료 없이 정성스럽게 끓여 신선한 재료의 순수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전주부성을 알리기 위한 골목투어와 예전 기생들의 소리배움터였던 공간의 시간을 녹여내어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판소리를 포함한 전통공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을 지켜오던 행원은 현재 복합 문화공간이자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플랫폼으로 탈바꿈하여 관광객들에게 시간의 기억들을 들려주고 있다. 전주의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가 공존하는 행원에서 남전 허산옥과 성준숙 명창이 추구했던 전통과 역사적인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전주의 시간여행자가 되기를 추천한다. 

/류인평(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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